해당 기사는 EBS 뉴스 글로벌 리포터 섹션에 2021년 8월 25일자로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BS 뉴스가 글로벌 리포터 프로그램을 중단함에 따라 글쓴이가 작성한 기사를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두려움에 떠는 대학들
여대생들 “대학 학생증 및 학위는 신변에 위협”
아프간 학자들도 미국 대학으로 탈출 원해
“탈레반의 수도 점령은 제가 24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을 불태우게 만들었습니다. 아메리칸 대학교 학생증이나 재학 중 받은 상들은 저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만들 뿐입니다. 앞으로도 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우리 여학생들을 위한 일자리는 없을테니까요” (8월 15일자 영국 가디언지 ‘카불의 여성; “지금은 내가 성취한 모든 것을 태워야만 한다”)
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후 영국 가디언지는 겁에 질린 한 여대생의 생생한 인터뷰를 실었다.
학생이 재학 중인 아메리칸 대학교는 2006년 미국의 주도로 아프가니스탄에 설립된 아프가니스탄 최초이자 유일한 사립대학이며 ‘비종교’를 지향하는 남녀공학 대학이다. 이런 특징들은 탈레반의 타겟이 되기 충분했으며 현재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대학교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대학교의 부총장(Vice President) 빅토리아 폰탄(Victoria Fontan)은 대학을 빠져나오며 대학교의 서버를 불태우고 교수 및 학생 리스트 등 챙길 수 있는 모든 서류를 가지고 나왔다고 전했다.
가디언지 기사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그 날, 아메리칸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감추는 ‘부르카’를 쓰지 않으면 탈레반에게 폭행을 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공포에 휩싸인 여학생들은 학교 기숙사를 빠져 나와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운전기사들은 여자를 차에 태우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았다. 결국 많은 여학생들이 탈레반이 점령한 카불을 빠져나가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 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온 여학생이 가장 처음 한 일은 자신의 학생증과 학위, 각종 자격증을 숨기는 것이었다. 학생은 “우리가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이 모든 성취들을 왜 숨겨야 하나?”라며 울분에 찬 질문을 던졌다.
이 학생이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에 더욱 비관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남학생들이 던진 조롱 때문이었다. 남학생들은 다급히 기숙사를 떠나는 여학생들을 향해 “오늘이 네가 길거리에 나다닐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줄 알아라”, “내가 언젠가 너희 4명 모두와 결혼할 거다” 같은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고 한다.
여학생은 가디언지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우리 [여성들]가 우리로 알려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남성들이 시작한 전쟁의 피해자가 됐다”며 절망을 토로했다.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대학교의 친구들 (Friends of AUAF)” 그룹의 장을 맡고 있는 레슬리(Leslie Schweitzer)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금요일까지 학교에서 안전하게 대피한 학생은 단지 몇 명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가지 희망적인 소식은 성공적으로 대피한 학생들은 이라크 아메리칸 대학, 중앙 아시아 아메리칸 대학, 뉴욕의 바드 칼리지 등에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북 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Northern Virginia community College)는 지난 주말, 몇 백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캠퍼스로 맞이했다. 해당 대학은 난민들을 위해 500개의 간이 침대를 제공했으며, 지역 주민들이 음식 및 필수품을 조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학자들 또한 신변에 위협을 느끼며 미국 대학으로의 탈출을 원하고 있다. 지난 몇 주간 10 개가 넘는 미국 대학들엔 아프간 학자들의 지원서가 60개 이상 공식 접수됐다.
탄압 받는 학자들을 돕는 ‘위험에 처한 학자들(Scholars at Risk)’ 그룹의 총 책임자 로버트 퀸(Robert Quinn)은 “미국 정부와 국제 커뮤니티가 아프간 학자들을 위한 기회를 가능한 오랫동안 열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으며 해당 편지는 현재1,000명이 넘는 미국 대학 리더십들의 서명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 여학생들과 학자들에겐 국제적인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기본적인 인권마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과 학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