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공정한 ‘사다리’를 놓는 방법

해당 기사는 EBS 뉴스 글로벌 리포터 섹션에 2021년 9월 10일자로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BS 뉴스가 글로벌 리포터 프로그램을 중단함에 따라 글쓴이가 작성한 기사를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기획연재] 대학의 가성비, 만족하십니까? <3>

미 대학, 일부에게 특혜 주던 입학 제도 변화 시작
한국 대학 경직성 해결의 첫단추는 입시 제도

지난 기사에서 살펴 본 미국 각 정책 기관의 연구 결과와 이상우 캠브릿지 대학 박사 후보자의 논문은 모두 대학의 경직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대학 시스템이 ‘경직’되었다는 것은 학생의 인종, 사회 경제적 지위, 성별 등이 대학 입시 뿐 아니라, 학위 취득 비율 그리고 졸업 후 사회 경제적 이동성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학 경직성이 불러온 격차로 인해 미국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965억 달러(약113조 원)로 산정된다.

즉, 대학의 경직성 문제는 단순히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경직성 및 불평등한 시스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번 기사에서는 미국 대학 시스템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한 시행되고 있는 주요 정책을 살펴보고, 논문 “사회적 사다리인가? 유리 바닥인가?” 의 저자 이상우 캠브릿지 대학 박사 후보에게 한국 대학의 경직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들어본다.

우선 미국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레거시(legacy) 입학 제도’를 두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레거시 입학 제도란 졸업생의 자녀에게 입학 특혜를 주는 제도다. 미국 내 주립 대학은 약 14% 정도만 레거시 입학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명문 사립대의 경우에는 무려 73% 가 레거시 입학 제도를 시행 중이다.

레거시 입학 제도를 비판하는 라니 귀니에(Lani Guinier) 하버드 법대 교수는 레거시 입학 제도에 대해 ‘다른 학생들을 제외 시킴으로써 대학 입시 제도가 특정 특권을 가진 몇몇 개인을 위해 작용하는 것을 정당화 하는 제도’라고 표현한다.

◆레거시 제도에 반대하는 하버드 대학 레거시 프로젝트 ©https://harvardlegacyproject.wordpress.com/

하버드 대학에서도 레거시 입시 제도를 철회하라는 움직임인 “하버드 레거시 프로젝트 (Harvard Legacy Project)” 가 계속 되고 있다. 하버드 레거시 프로젝트는 “우리는 모든 젊은이들이 사회 경제적 출신에 상관없이 하버드 대학이 제공하는 놀라운 기회에 공정하고 공평한 접근성을 가져야 하며, 그것이 하버드의 유산 (레거시) 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거시 입시 제도의 불공정 논란 속에서 미국 콜로라도주는 이번 학기 부터 모든 주립 대학교의 레거시 (legacy) 제도 시행을 금지 시켰다. 콜로라도 주립대학은 레거시 입학제도 철폐와 함께 입학 후 학위 취득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았던 학생 그룹을 돕는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도 시행하기로 했다.

한편 인디애나 퍼듀 대학은 앞으로 교수들의 승진과 테뉴어 (종신 재직권) 심사 기준에 학교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추가하는 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평가 제도를 시행한다.

DEI 평가 제도는 “다양성” 및 “포용성” 항목을 실질적으로 교수 평가 내용에 추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 (Ohio State University)은 박사 후 과정(포스트닥)을 대상으로 한 “학장의 다양성 포스트닥 펠로우 프로그램 (Dean’s Diversity Psotdoctoral Fellows Program)”을 소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새 프로그램은 다양한 인종, 사회 계층 출신의 포스트닥 펠로우 들이 연간 한화 약 6천 3백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2년 동안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포스트닥 펠로우 9명 중 5명을 종신 재직이 가능한 교수직에 고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Dean’s Diversity Postdoctoral Fellows Program 안내 페이지 ©The Ohio State University

마지막으로, 한국 대학 시스템을 분석한 “사회적 사다리인가? 유리 바닥인가? 세대적 사회적 이동성에 대학이 미치는 영향: 한국의 실증적 증거” 의 저자인 이상우 캠브릿지 대학 박사 후보는 한국 대학의 경직성을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한국 대학들이 상위 소득 출신 학생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경제적 지위의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한 입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한가지 대안은 지원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콘텍스츄얼라이즈드 (Contextualized) 입시 제도다.

콘텍스츄얼라이즈드(Contextualized) 입시 제도란 개인의 지난 학업 성취도, 잠재력 등을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에 기반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학교들이 지원자의 학업적, 지리적,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평가하게 된다. 비용은 더 들 수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첫 스텝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하위 소득층의 학생들에게 단지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는 불평등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단편적인 예가 같은 대학 같은 전공을 한 학생이라도 상위 소득 출신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위 소득 출신 학생들에게 대학 재학 중 좀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지원책을 주는 방안도 요구된다.

문제 해결은 문제를 직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각 대학은 먼저, 입시 데이터, 학위 취득 비율 그리고 졸업 비율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 후, 학생의 사회 경제적 지위 그리고 성별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의 경직성 문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정부 및 사회와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더 공평한 정책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 비로소 대학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학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충분한 ‘가성비’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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