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EBS 뉴스 글로벌 리포터 섹션에 2021년 7월 1일자로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BS 뉴스가 글로벌 리포터 프로그램을 중단함에 따라 글쓴이가 작성한 기사를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기획 연재] 사회 트렌드 반영하는 미국 대학 기부금 문화 <1>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기부 증가
기부자의 양도 소득세 의무 없는 것이 큰 장점
가치 변동 가능성이 위험 중 하나
한국과 비교해 학비가 많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 대학 등록금. 하지만, 의외로 미국 대학교의 연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팬데믹 전 자료에 따르면 보통 공립 학교의 경우 전체 재정의 약 20%만 등록금으로 충당되며, 사립 학교의 경우 그보다 약간 높은 30% 정도만 등록금이다.
그렇다면 미국 대학의 큰 재정 수입원은 무엇일까?
시민 교육 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미국 대학교 운영에 있어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은 가장 큰 재정 기반이다. 공립학교 총 재정의 약 44%가 기부금 및 정부 보조금이며 사립학교의 경우에도 절반 정도의 규모를 차지한다.
특히 명문대학 일수록 “억”소리 나는 기부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올해 4월 발표된 ‘미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대학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하버드 대학의 경우 기부금만 약 380억 달러(약 43조 원)였다.
이렇듯 미국 대학의 기부금 규모가 상당하다 보니 기부의 형태, 기부 목적 그리고 기부금을 활용한 투자처 등을 통해 미국의 사회적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통적인 기부 문화의 틀을 확 깬 ‘가상화폐’ 기부 문화에 대해 살펴본다.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교는 올 해 5월,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5백만 달러 가치의 비트코인을 기부 받았다. 기부 금액 자체는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이 그간 받아온 금액과 비교해 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가상화폐 기부금’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 대학들이 기부금을 가상화폐로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량이 증가하고 사회적 관심 또한 커지면서 많은 대학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기부금을 허용하고 있으며 가상화폐를 통한 기부 방법 등을 학교 웹페이지에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를 통한 기부가 전통적인 기부와 다른 장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점은 기부자가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미국 세법에 의하면, 기부자는 기부를 위해 자산을 매도할 경우 구매 금액 대비 추가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할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가상화폐를 대학에 직접 기부하는 경우 양도소득세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
기부를 받는 대학도 세금 면제 대상이므로 가상화폐로 기부하고 기부 받을 경우 그 누구도 세금 부담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전통적 기부 방식과 달리 가상화폐 기부만이 가지는 위험도 존재한다. 바로 기부금의 가치가 쉽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변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대학들은 가상화폐 기부를 받은 즉시 현금화 하는 단계를 거친다.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의 경우에도 비트코인 기부를 받은 즉시 NYDIG 라는 제 3의 중개자를 활용해 가상화폐 형태의 기부금을 현금화 하고 대학 계좌로 이체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렇듯 가상화폐가 가진 가치 급변의 위험성만 잘 해결한다면 그동안 양도소득세가 부담스러워 기부를 꺼렸던 기부자에게는 가상화폐 기부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