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투자하라!”…하버드 학생들 ‘기부금 투자’에 제동

해당 기사는 EBS 뉴스 글로벌 리포터 섹션에 2021년 7월 2일자로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BS 뉴스가 글로벌 리포터 프로그램을 중단함에 따라 글쓴이가 작성한 기사를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기획 연재] 사회 트렌드 반영하는 미국 대학 기부금 문화 <2>

기부금 일부를 화석연료에 투자해 온 미국 대학
학생들은 ‘친환경, 윤리적 투자 하라’고 요구
하버드 학생들은 학교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

세계적인 명문대로 불리는 하버드 대학과 예일 대학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졸업생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드 대학은 미국 대학 중 가장 많은 기부금인 약 380억 달러(약 43조 원)를 운용하고 있으며 예일 대학교도 약 290억 달러(약 33조 원)의 기부금을 운용하고 있다.

기부금의 규모가 상당한 만큼 대학 재단은 기부금의 일부를 투자해 수익률을 높여왔는데 대학들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는 ‘화석연료’였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 투자’(ESG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가 주목 받으며 미국 대학들도 이제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이 오일이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2010년대 초반부터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 투자’를 요구해온 학생들의 노력은 최근에 와서야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올해 3월 럿거스 뉴저지 주립 대학이 앞으로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한 달 뒤 예일 대학도 윤리적 투자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며 친환경적 투자에 동참했다.

◆예일 대학의 화석연료 투자 원칙에 대한 리포트에 기재된 5가지 원칙 ©https://president.yale.edu

예일 대학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예일 대학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활동들을 해야 한다. 또한 기후 변화를 늦추려는 정부의 정책과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대학들이 ‘사회적 책임 투자’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친환경적 투자를 요구해 온 하버드 대학 재학생들(Fossil Fuel Divest Harvard: 화석연료 투자회수 하버드) 은 2016년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지만 “학생들이 하버드 기금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를 부여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했다.

이에 학생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합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하버드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Divest Harvard (투자 회수 하버드) 웹사이트 ©http://www.divestharvard.com

그렇다면 하버드 대학을 포함해 미국의 대학들은 왜 친환경적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석유, 오일 등 화석연료 채굴 사업의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하지만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유니티 칼리지 (Unity College)와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UC)들은 화석연료 투자 중단이 대학 기부금의 투자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두번째 이유는 대학들이 화석연료로부터 직접 이득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 대학은 오일과 가스 판매로 수익을 얻고 있으며 텍사스 대학은 대학 부지에 매장된 광물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학들이 친환경적 투자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번째는 화석연료에 대한 뿌리깊은 의존성과 긍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첫 여성 총장을 지낸 드류 길핀 파우스트 (Drew Gilpin Faust)는 학생들과의 소송 당시 ‘우리의 삶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상품 및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논리 대로라면 투자 뿐 아니라 수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대학들이 친환경적 투자로 노선을 변경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안건 중 하나가 “친환경 발전”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라는 하버드 학생들의 외침. 더 늦기 전에 실천으로 대답하는 것이 사회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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