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면제했더니… 저소득층, 명문 사립대 지원 증가

해당 기사는 EBS 뉴스 글로벌 리포터 섹션에 2021년 3월 19일자로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BS 뉴스가 글로벌 리포터 프로그램을 중단함에 따라 글쓴이가 작성한 기사를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코로나 19 대유행 계기로 ‘필수’에서 ‘선택’된 SAT(미국 수능) 점수
저소득층과 소수 인종의 명문 사립대 지원 늘어
보다 평등한 대학 입시에 대한 고민 시작

코로나 19 대유행을 계기로 미국 대학교들이 입시생들의 SAT 시험 점수(미국 수능 점수) 제출을 필수에서 ‘선택 사항’으로 변경하자 흥미롭고 유의미한 변화들이 관찰되었다.

미국 대학 지원자가 학교 지원 시 작성하는 커먼앱(Common Application)은 올해 3월 1일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입시 제도 변화 전과는 달라진 학생들의 지원 양상을 발표하였다.

우선 눈에 띈 변화는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학교 순위가 높으며 등록 학생 수 10,000명 이상,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 수가 코로나 19 대유행 전보다 늘어난 것이다. 명문 사립대 지원자 수는 약 21% 증가했다.

교육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명문대에 지원한 학생층의 변화에 있었다. 미국의 고등 교육 역사에서 소수 집단으로 분류되는 저소득층 학생들, 가족 중 최초로 대학에 지원하는 이른바 첫 세대 first-generation 학생들, 그리고 소수 인종 학생들의 명문대학교 지원이 증가한 것이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첫 대학 입학 세대 학생들의 명문 사립대학교 지원서는 약 20% 증가, 입학 지원 비용을 감면받은 저소득층 입학생들의 지원서는 약 22% 그리고 소수 인종 학생들의 지원서는 약 24% 증가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미국 수능에 해당하는 SAT 시험 점수가 선택 사항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굳이 표준화된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며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줄자 대학 입시에 대한 저소득층 학생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아졌다는 것이다.

SAT 점수가 선택 사항이 되면서 저소득층 학생들의 명문대 지원이 증가한 현상은 그간 저소득층 학생들의 SAT 점수가 고소득층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는 입시생의 절반도 안되는 44%의 학생만이 입시 전형에서 자신의 SAT 점수를 제출했다.

미국의 대학 교육 관계자들은 입시의 변화를 가져온 ‘SAT 점수 제출’이 교육의 접근성과 공평성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고 평가한다. 커먼앱의 제니 리카드 CEO(Jenny Rickard)는 “SAT와 같이 표준화된 입시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큰 장벽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대학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시 제도에 따른 입시생들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 올해 커먼 앱의 분석은 가장 공평한 입시 제도를 표방했던 표준화 된 시험이 그 취지대로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올해의 변화를 보면 적어도 미국의 저소득층과 소수 인종 학생들은 표준화된 시험을 그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제도라고 여겨왔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과 사회는 ‘공정한 입시제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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