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EBS 뉴스 글로벌 리포터 섹션에 2021년 9월 7일자로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BS 뉴스가 글로벌 리포터 프로그램을 중단함에 따라 글쓴이가 작성한 기사를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기획연재] 대학의 가성비, 만족하십니까? <1>
인종별, 사회 계층별로 달라지는 대학의 가성비와 가치
입시부터 졸업 후까지 만연한 불공정
대학의 경직성으로 연간 110조원의 사회적 비용 발생
한국과 미국의 많은 학생들은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수년을 투자하곤 한다. 또한 가족 뿐 아니라 사회가 학생의 대학 진학을 여러 방법으로 지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보다 공평한 사회를 만들고 건강한 시민을 양성해내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 발표된 연구 들을 살펴 보면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대학들은 이러한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선 대학의 경직도를 심층 분석한 3가지의 연구 결과를 통해 인종, 성별 그리고 경제적 출신 배경이 입학부터 졸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보겠다.
과연 미국 대학생들은 졸업 후 충분한 소득을 벌고 양질의 업무에 종사하는가? 한마디로 값비싼 등록금을 지불할만한 ‘가성비’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고등교육정책연구원 (Institute of Higher Education Policy) 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고등교육가치 위원회 (Postsecondary Value Commission; PVC)를 구성해 대학의 가성비를 2년간 심도있게 조사해 115쪽에 달하는 보고서에 담았다.
먼저 고등교육가치의원회 (PVC)는 대학의 가치와 가성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졸업 후 취업과 대학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두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가성비 기준은 달랐다.
학생들은 첫번째로 공정한 입시 과정, 두번째는 경제적 이동성을 가능하게 하는 양질의 교육 세번재로 사회 정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교육을 받을 때 대학 교육이 가치 있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미국 대학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의 가치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을까?
2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평가하는 대학의 가치와 가성비는 인종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나온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학자금이다. 2019년에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평균 학자금 규모는 약 $28,950 달러(약 3천만원) 정도다. 그런데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백인 학생은 연간 $34,717의 학자금을 대출하는 반면 흑인 학생들은 약 2배인 $62,824 을 빌린다.
즉 흑인 학생들이 대학 학위 취득으로 부를 쌓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학위 소지자가 있는 흑인 가정은 고교 중퇴 학력에 그친 백인 가정보다 훨씬 더 적은 부를 가지고 있었다.
백인이 아닌 학생들과 저소득층 출신 학생일 수록 거액의 학자금 대출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이들이 체감하는 대학의 ‘가성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교육 기회 협의회 (Council for Opportunity in Education)의 2021 새로운 평등 지표 (New Equity Indicators) 보고서는 미국 대학의 낮은 가성비 원인을 대학 입학 시스템의 ‘경직성’에서 찾는다.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대학 입학 시스템은 매우 경직되어 있어 학생이 속한 가정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입시 뿐 아니라 학위 취득 비율 (completion rate) 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201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가장 높은 사회 계층에 속한 학생들이 명문 4년제 대학에 입학한 비율은 저소득층 자녀 보다 약 8배나 높았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인만큼 대학에 거는 기대 또한 크고 그만큼 대학에 대한 만족도와 가성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인종별, 사회 계층별 교육 격차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지타운 대학교 소속 교육과 노동력 연구 센터 (Georgetown University Center on Education and the Workforce)는 교육 격차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사회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들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2019년까지 교육 격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약 956억 달러(약110조 8천억원)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펠 학회(Pell Institute) 소속 테리 버간 III(Terry Vaughan III) 교수는 대학 시스템의 경직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만약 우리가 [대학 시스템의] 경직성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때… 그것은 개인들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를 구성하는 이데올로기, 그리고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 시스템의 경직도는 어느 정도이며 대학 시스템의 경직성을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까? 다음 기사에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