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EBS 뉴스 글로벌 리포터 섹션에 2021년 9월 9일자로 기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BS 뉴스가 글로벌 리포터 프로그램을 중단함에 따라 글쓴이가 작성한 기사를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기획연재] 대학의 가성비, 만족하십니까? <2>
한국의 대학의 공정성 파헤친 최대 규모 연구
수능은 과연 저소득층 학생에게 공평한가? 고찰
명문 대학은 고소득층 출신 학생의 지위 굳히는 역할
‘정의란 무엇인가’ 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 교수는 최신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을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공평한 사회와 사회적 계층간 이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 ‘대학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 실수하는 것이다. 대학 교육은 학생들 중 매우 일부 학생에게만 답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불평등,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가서 대학 학위를 취득하라고 하는 것은 충분한 해답이 될 수 없다.”
물론, 마이클 샌델 교수는 미국의 대학 시스템에 대해 언급한 것이지만 한국 대학 시스템과 졸업생들의 사회적 이동성을 분석한 최근 연구 결과를 들여다보면 그의 메시지가 한국 사회에도 큰 무리 없이 적용된다.
최근 논문 “사다리인가? 유리 바닥인가? 대학이 사회적 이동성에 대학이 미치는 영향: 한국의 실증적 증거 (A Social Ladder or a Glass Floor? The Role of Higher Education in Intergenerational Social Mobility: Empirical Evidence from South Korea)” 를 발표한 이상우 캠브릿지 대학 박사 후보는 논문에서 한국 대학 시스템의 경직성을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 정부의 “대졸자 직업 이동 경로 조사” 를 기반으로 하며 한국의 대학 진학과 사회적 이동에 대한 관계를 밝힌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다.
저자는 2007년 부터 2010년 사이의 37,000명의 졸업생들의 가정 환경과, 대학의 랭킹, 위치 그리고 그들이 29세나 30세가 됐을 때의 연봉 등을 추적 조사했다.
그의 추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한국 대학은 저소득층 출신의 여학생들이 졸업 후 더 많은 연봉을 받도록 돕는데 훨씬 ‘덜’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둘째, 흔히 명문대로 불리는 “SKY 대학” 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아니라 부자 학생들이 사회적 사다리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공정한 입시 제도 및 학생들의 사회 계층간 이동 장려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와 교육계에 경종을 울리는 그의 연구에 대해 이상우 논문 저자와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필자에 의해 한글로 번역되었음을 밝힌다.
Q1. 최근 미국 교육 시스템도 매우 경직화되어 있다는 연구들이 연달아 발표되었는데, 한국 대학 시스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이번 논문의 주 저자로서 두 나라의 대학이 모두 공평한 입시와 졸업생들의 사회적 이동에 실패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1. 미국과 한국 모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공정한 대학 입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설명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SAT, 수능과 같이 표준화된 시험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표준화된 시험을 가장 공평한 시스템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몇몇 서울 지역 대학들은 수시 보다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표준화된 시험은 학생들의 출신 비중과 큰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져 왔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제 연구에서도 수능을 통해 36%의 상위 소득 출신 학생들은 일명 “스카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하위 소득 계층 학생들은 단 9%만 명문대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대학 입시 제도에서 표준화된 시험만 강조한다면, 대학 시스템의 경직성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Q2. 논문에서 흔히 “스카이 대학”이라고 불리는 한국 명문대들이 사회적 사다리의 역할 보다는 “유리 바닥”의 역할을 한다고 하셨는데, “유리 바닥”의 역할이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2. 먼저, “사회적 사다리”란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졌거나 하위 소득 계층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통해 더 나은 계층과 계급으로 이동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유리 바닥”은 졸업생들의 소득 격차가 학생의 출신 가정 환경과 상관 관계가 높다는 현상이 밝혀진 뒤 소개된 개념입니다.
소위 잘 사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사회적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사회 계급에서 밑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사회 경제적 위치를 활용해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는 것들을 “유리 바닥” 형성의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저의 또다른 연구에 의하면 한국에서 같은 대학 같은 전공을 한 학생 들 중에도 가정의 소득 격차에 따라 졸업 후 소득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바로 한국 대학이 고소득층 출신 학생의 “유리 바닥”의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습니다.
Q3. 한국의 대학 시스템이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 왜 큰 문제가 되나요? 논문을 통해 사회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3. 대학 시스템의 경직화는 부자 학생들이 소위 명문대를 독점하는데 일조해 한국 사회 전반의 불평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 자료에 의하면 한국 엘리트 대학들의 약 70%가 상위 소득층 출신이라고 합니다. 명문대 학위는 엘리트 직업 군으로 가는 주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하위 소득층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사회적 이동을 하는 경우가 적어지고, 대학은 특권 계층 학생들의 계층,계급 하락을 막아주는 “유리바닥”의 역할을 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대물림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들이 “유리 바닥”이 아닌 “사회적 사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 대학 시스템의 경직화 문제 를 해결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그의 의견은 다음 기사에서 소개한다.